top of page

<​설명할 수 없는 곳에 내가 서 있다>
 

2025. 6. 3. ~ 6. 31​

이진경, 한주연

에그갤러리 / 여수

이진경_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이다_edited.jpg

이진경_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_복합매체, 단채널, 52분 _2025

참여작가들이 갤러리의 방을 하나씩 맡아, 그 방을 자신의 수조라고 여기고 작품을 준비했다.

나는 내 수조에 가라앉아 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라캉의 책을 읽으며 수조의 개념을 이해하던 중이었다.

언제였는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내가 수조라는 깊은 곳의 심연에 다녀왔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나는 어딘가로 가라앉고 있었고 그것을 의식의 바닥이라고 생각했다. 천천히 가라앉는 동안 떠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커졌고 그것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검은 안개 가득한 공간은 나른했고 포근했으며 더욱 가라앉는 동안 바닥에 닿고 싶다는 욕망으로 나는  계속 내려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른 뒤

어느 순간, 하강이 멈췄다는 것을 느꼈다.

손을 뻗어 밀도가 높은 어느 바닥임을 감지했을 때, 그곳이 내 의식의 밑바닥.

나, 라는 존재의 중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만히 누워있었다.

포근하고 고요한 그곳에서

나는 당당하고 강한 존재라는 믿음과 함께 바닥을 힘껏 밀어내고 떠올랐다.

 

전시 준비로 인해 기억해낸 나의 수조 작업은 지난 겨울 불면의 밤으로 이어졌고, 

국가 폭력 앞에서 나는 질문을 쏟아내고 답을 찾고 있었다.

내가 다녀온 어둪고 깊은 심연이 내면의 수조라면, 폭력과 무법이 이어지던 겨울은 숨막히는 외부의 수조였다.

 

왜 그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일까? 왜 그들은 이렇게 탐욕스러운가?

왜 법을 다루는 자가 더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일까? 이 나라는 언제부터 이렇게 퇴행하고 있었던 것인가?

왜 우린 예전보다 부유해졌는데 더 가난하다고 느끼고, 왜 서로에게 화를 내는 것일까?

무엇이 우리를 냉담하게 만든 것일까?

2024년 12월 3일 밤의 충격보다 그 이후가 더 참혹했다.

역사의 거대한 퇴행 앞에서 큰 충격을 받았고, 법원을 파괴하는 폭도들로 인해 이 나라가 안전하다는 믿음을 잃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자들이 번성하는 이 나라를 나의 아이들에게 물려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은 법이 폭력적으로 우리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인식이었다.

 

전시는 가까워지고 있었고 나는 수없이 내 수조에 침잠하고 떠오르며 작품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슬픔의 시대를 퍼올리듯 작업을 이어갔고 작업이 끝나가면서 아팠다.

아프면서 깨달았다.

나는 잠시 떠올라 나의 것을 꺼내놓고 다시 잠수를 시작했구나.

맑고 깊은 내 수조의 바닥과 다시 마주하기로 했다는 것을.

 

 

2025년 5월

DSCF0484.JPG

이진경_태어나는 풍경_2025

DSCF0479.JPG

이진경_태어나는 풍경_2025

DSCF0498.jpg

한주연_기억의 유령들_2025

DSCF0485.jpg

한주연_안녕_2025

DSCF0482.JPG

한주연_돌의 말을 듣는 시간_2025

<​플라스틱 파라다이스!?>
 

2024.7.25.~11.3​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주최: 고양문화재단

전경1_s.jpg

​일월오봉도_미디어 설치_2024

IMG_0845.jpg

​일월오봉도_미디어 설치_2024

IMG_0854.JPG

​일월오봉도_미디어 설치_2024

<​Graden City: Remix Edition>
 

2024.10.4.~11.3​

Art Outreach Singapore, Singapore

​주최: SIPF

IMG_3064.JPG
IMG_3061.JPG
IMG_3069.JPG
IMG_3059.JPG
IMG_3039.JPG
IMG_3073.JPG
IMG_3044.JPG
IMG_3062.JPG

​<들여다보기>
 

2024.4.16.~7.6.​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 창작 3동, 4동, 5동

​주최: 김포문화재단

DSC08594.jpg
DSC08564.jpg
DSC08567.jpg
DSC08573-편집.jpg
DSC08621.jpg

<​몽유도원 2023>
 

2023.10.10.~12.10.​

고양시립 아람미술관 상설전시장 1

​주최: 고양문화재단

<몽유도원 2023> 가변설치

오래전 해변을 걷다가 유난히 하얗고 예쁜 돌을 집어 들고 놀란 적이 있다. 그것은 돌처럼 보였지만 스티로폼이 닳아서 돌의 모양이 된 것이었다. 스티로폼이 파도에 닳아 조약돌처럼 되는 동안 나머지 조각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백사장의 모래가 플라스틱 조각과 섞여 알록달록해지고, 갯바위를 감고 있는 낚싯줄과 낚싯바늘이 촘촘해지고, 바닷 속은 버려진 어망으로 선명한 초록빛으로 덮여 간다. 해파리를 닮은 비닐봉지가 고래의 배 속으로 사라지고, 플랑크톤을 닮은 미세 플라스틱이 물고기의 배 속을 채워 가도 인간이 만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끊임없이 바다로 간다. 스티로폼 돌을 모아 돌탑을 쌓아 본다.

작은 한숨에도 자꾸 미끄러져 나간다.

노인들이 검은 연기가 나는 산을 가르키며 저 산이 생긴 후 동네 사람들이 자꾸 아프다고 말한다. 별생각없이 들고 와 쌓여가는 비닐봉지도 잘 모아 분리 수거하면 재활용이 되는 줄 알았다. 대부분의 일회용품은 재활용이 안 되고 태워지거나 땅에 묻힌다. 내가 사용하고 버린 일회용품도 작은 산이 되어 어느 산속에서 검은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차마 내보내지 못하고 쌓여가던 검은 비닐봉지를 모으고 구겨서 산과 땅을 닮은 풍경을 만들었다.

산수화처럼 보이지만 번들거리는 구겨진 비닐봉지만 가득하다.

산과 땅은 버려진 쓰레기들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바다는 작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으로 채워진다.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게 부서져서 500년을 보낸다고 하는데 플라스틱은 만들어진 지 백여 년밖에 안됐다. 플라스틱이 사라지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아는 사람이 없다. 모든 생명체는 흙으로 바다로 가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플라스틱은 그저 흙으로 덮이고 작게 부서져 바다의 일부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괜찮은 걸까?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풍요의 대가로 얻은 자연 파괴가 인류를 멸망으로 이끌기 전에 멈출 때가 됐다고 말을 하지만 플라스틱 돌 쌓기처럼 자꾸 미끄러져 나간다. 꿈에서조차 돌아갈 수 없었던 복숭화꽃이 반발한 도원은 되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일까? 되돌아가기엔 버려야 하는 것이 너무 많아 돌아가는 것을 포기한 것일까?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지 않거나 인간의 욕망은 너무 상투적인 결말로 향하는 것 같다.

‘모두 꿈이었더라’

zen stone 1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zen stone 2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tif copy.jpg
zen stone 3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Zen Stone 1,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Zen Stone 2,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Zen Stone 3,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zen stone 4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zen stone 5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zen stone 6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jpg

Zen Stone 4,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Zen Stone 5,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Zen Stone 6,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Stone balancing1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Stone balancing2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Stone balancing3_50x50cm_Digital pigment print_2023 copy.jpg

Stone balancing1,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Stone balancing 2,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Stone balancing 3, 50x50cm, Digital pigment print, 2023

人往製色圖 _ 사람들이 찾아가 만든 인왕제색도

2021년 8월 11일~8월 31일 예술지구_P ADP2
주최: 예술지구_P 후원: 부산광역시, 부산문화재단, PANAX

예로부터 산은 경이로우면서 포근했다.

 

검은 비닐봉지는 모든 것을 덮고 은폐한다.

어떤 추악함도 기꺼이 감싸주지만 그렇다고 비닐봉지를 아끼는 이는 없다.

일회성과 지속성이 공존하는 비닐봉지 산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일회용품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의 하나.

귀함과 흔함, 찰나와 지속, 무위와 유위의 불협화음에서 나온 풍경은 서럽다.                                                     

 

2021. 8. 이진경

<몽유도원 2021> installation

<몽유도원 2021> installation

인왕제색도 / 人往色圖 전시 일부

인왕제색도 / 人往色圖 전시 일부

인왕제색도 / 人往色圖 전시 일부

bottom of page